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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복을 입은 시인, 문형배...헌법을 사람처럼 대했던 재판관의 이야기

리드뉴스 2025. 5.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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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관으로서 6년, 문형배는 판결문 안에 사람의 온기를 담으려 했다. 그를 두고 사람들은 ‘법복을 입은 시인’이라 불렀다. 그의 판결에는 늘 한 문장 더 있었다. 법 이전에 사람, 조항 이전에 삶을 생각했다.

    법복을 입은 시인, 문형배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은 최근 퇴임하며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로 새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그의 법정 언어는 이미 수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았다. 그는 자살을 시도한 피고인에게 “자살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써보라”고 한 뒤, “이걸 거꾸로 써보면 어떻게 되나?”라고 물었다. 그 대답은 ‘살자’였다.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그는 “삶을 붙들고 싶다는 당신의 신호를 우리가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헌재의 중심에서 침묵하다

    그는 말보다 침묵이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재는 전원일치로 탄핵 기각을 결정했다. 뜨거운 논쟁 속에서도 그는 개인 성명을 내지 않았다. 다만 퇴임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헌법은 책 속에 있지 않습니다.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녀야 합니다.”

    잊을 수 없는 일화: 검사 앞에서 법전을 넘기다

    재판 도중, 검찰 측이 법적 근거 없이 강압 수사를 옹호하자 그는 법전을 조용히 꺼내 직접 조항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검찰이 헌법을 외면하면, 재판부가 헌법을 다시 읽게 해야 합니다.” 방청객 중 한 명은 “마치 헌법 교사 같았다”고 평했다. 법정은 잠시 조용해졌고, 그 순간이 판결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퇴임은 끝이 아니다

    퇴임 후 그는 서울시립대 로스쿨에서 헌법을 가르치기로 했다. 그는 여전히 법복 대신 분필을 들지만, 본질은 같다. 법은 곧 사람이라는 것을 가르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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