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대한의사협회는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발표한 정책제안서를 통해, 의료정책 결정 구조에서 의료인의 실질적인 참여를 제도화하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단순 자문 수준을 넘어서, 정책 설계 초기부터 실행, 평가까지 의료전문가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1. 보건부 신설: 의사 중심 보건행정 체계로
의협은 보건과 복지가 혼재된 현행 보건복지부 체계를 문제 삼았다. 복지에 치우친 구조로 인해 보건의료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떨어지고, 의료 정책 집행 과정에서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별도의 보건부를 신설하고 의료전문가 중심의 조직 개편을 통해 정책 설계 및 집행 전 과정에서 의사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것을 요구했다.
2. 상설 협의체와 전문가 참여 확대
의협은 정책 수립 초기부터 전문가가 참여하는 구조가 부족하다는 점을 비판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보건의료발전계획 상설 협의체'를 구성하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개편해 전문가의 정례적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자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 설계 권한을 의료인이 갖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3. 건강보험 거버넌스 재정립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 정부 주도 구조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는 정부 측 인사가 위원 2/3를 차지하며, 정책 결정의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건정심의 의결 기능을 폐지하고, 실질적 의결은 공급자(의료인)와 가입자 양측이 참여하는 별도 위원회에서 맡도록 하며, 의료인과 가입자의 위원 구성도 동수로 할 것을 제안했다.
4. 왜 지금 이런 요구가 나왔을까?
지난 몇 년간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대한 불만이 누적됐다. 특히 비대면 진료 도입, 의사 수 증원, 첩약 급여화 등의 이슈에서 의료계는 충분한 협의 없이 정책이 강행됐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정부가 아니라 전문가가 보건의료정책의 '설계자'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5. 평가와 시사점
이번 정책제안서는 의협이 단순한 이해집단을 넘어 '정책공동설계자'로서의 위치를 확보하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는 의료계의 전문성을 제도화하는 중요한 시도이지만, 동시에 다른 직역(간호사, 약사 등)과의 균형, 국민의 건강권과의 조화도 고려되어야 할 지점이다.
의료정책의 주도권을 둘러싼 본격적인 구조 논쟁의 서막이 오른 셈이다.